일주일 고작 7일로 설계한 사람 누구야 당장 개선해 안그러면 나 진짜로 죽어
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삐걱
기다리고 기다리던 개발주간이다. 너무 고통스러운 기획과 디자인을 버티며 이 날 만을 기다려왔는데.. 온 사방에서 문제가 터졌다. 나름 코딩하면서 겪을만한 코딩 스타일의 차이를 대부분 그라운드 룰로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대체 뭘 정했나 싶을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 이미 정해서 정한 대로 이행한 부분도 막상 해 보니 이건 좀 아닌듯? 하고 수정을 반복했고, 그 과정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지저분한 레포지토리가 되어버렸다.
우선 백로그 단위 자체를 너무 잘못 짰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백로그를 여러 개의 이슈로 분할해야 하는 때도 있었고, 그렇게 분할한 각각의 이슈도 task 크기가 천차만별로 달랐다. 이를테면 메인 페이지에 보여야 하는 것들(사이드 바, 글쓰기 버튼, 글 목록 등..)은 누가 봐도 무지막지하게 큰데 메인 페이지라는 이슈 하나로 올렸다던가..
그리고 이를 관리하는 툴로 Github Projects를 사용했는데, 여기 올려진 백로그를 내 상태에 맞게 In Progress나 Done으로 옮기면 다른 사람의 백로그 뷰에서도 옮겨지기 때문에, 하나의 백로그에 대해 각자 다른 할 일과 순서가 있으니 이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우리는 백로그를 어떻게 적절하게 나눴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정도면 괜찮은 수준인데 내가 괜히 유난을 떠는걸까?
붕대를 너무 감아 미라가 되어버린
기획도, 디자인도 애초에 엄청 탄탄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첫 주는 각자가 자신있는 작업을 하게 되니 일정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나올 줄 알았다. 그런데 처음 개발 환경 세팅을 하면서부터 엄청난 돌발 상황들이 생겨났고, 작업이 예상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되었다. 결국 목요일에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작업물을 종합해서 데모 배포를 하기로 했지만.. 아직도 작업이 끝나지 않은 일부 기능 + 작업이 끝난 기능 끼리도 작업자에 따라서 미묘한 데이터 형식 차이가 발생해서 당일 해결이 불가능한 규모의 에러들이 난리를 치고 있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이야기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남의 코딩 썰은 보통 재미가 없기 때문) 하나 예를 들자면 Auth 인증 방식을 변경하기로 하였으나 아직 dev 브랜치로 머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의 방법으로 완벽하게 프론트엔드와 연결하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임시 방편으로 지금 백엔드가 넘겨주는 인증 정보를 임시 저장해서 로그인이 된 것처럼 요청을 메꿔 보내는.. 말 그대로 누더기 조각을 기워서 배포를 진행했다.
당연히 이 외에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어서 개발 버전의 배포 링크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적당히 영상만 찍어서 공유했다. 피어세션 때 오랜만에 만난 캠퍼분이 온 사방에 붕대 감아놓고 내놨다 그런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너무 공감됐다. 이건 앱이 아니라 아무무다..
나를 포함한 팀원 모두가 잠을 줄여가며 노력했는데 그에 비해 결과물이 너무 엉성해서 조금 속상했다. 시간 안배를 잘 해야지..
남의 도움을 많이 받자
이번 주는 유독 질문을 많이 했다. 왜 이렇게 궁금한게 많아졌을까? 평소라면 혼자 삽질하는 쪽을 택했을 문제도 슬랙에 올려 답을 구했다. 내가 필요한 답을 알 것 같은 분에게 DM으로 물어보기도 하고, 무엇보다 팀원들한테 물어보는 게 너무 많았다. 찾아보면 금방 답이 나오는 문제인데 무심코 물어봤다가 아차 했던 일도 많았다. 보통 이런 거 쌓아놓고 주말에 찾아보면서 공부했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기 때문일까? 곧 나도 백엔드 파트를 작업하는 기간이 예정되어 있는데, 백엔드 분들의 대화를 들어보니 깊이가 예상보다 너무 깊어서 조바심이 나던 것도 있고, 프론트엔드를 같이 작업하는 팀원분한테도, 내가 찾아보면 되는 키워드인데 서로 이해하는 의미가 다를까 봐 괜히 물어보게 되기도 했다.
나는 여태 부캠을 하면서(그리고 졸업작품을 하는 친구를 도와주면서) 질문을 받았을 때 상대가 귀찮거나 한심했던 적이 한번도 없는데 왜 나는 질문을 하면서 스스로 그렇게 보일까 걱정을 하고 있을까? 인터넷에 답이 나와있지 않은 코딩 질문은 없어서 그런가? 결국 스스로 답을 찾지 않으면 나는 핑프가 되는 셈이니까?
아무튼 너무 당연하지만 사람들은 내 질문에 무척 친절하게 답해준다. 직접 님아 좀 찾아보삼 하는 말을 들을 때 까지는 조금 더 많이 물어봐도 될 것 같다. 아님 말고 ㅎㅎ..
으앙 에반데
부캠 슬랙에 글 쓰는 버릇을 들이자는 취지의 어떤.. 채널이 있다. 그 곳에 둥글게 반대하기라는 주제로 글을 썼었는데 (링크) 여전히 반대하기란 정말 어렵다. 반대할 일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반대하고 싶은 의견에 반대하지 못하면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하기는 조금 이상하고 아무튼 마음에 걸린다. 특히 이번 주 작업같은 흐름 속에서 말 그대로 '자기 뜻대로' 일이 흘러간 팀원은 한 명도 없었을 것 같다. 나도 그랬고, 그 과정에서 의견 차이가 적지 않게 생겼다.
이제 팀원들과 많이 편해져서 하고 싶은 말을 눈치를 크게 보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내가 지나치게 날카롭게 이야기했나 싶은 일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어떻게 말해야 내 마음에 걸리지 않게 내 뜻을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 사람은 마음이 상했을까?
오늘은 정말 수익이 많다. 깃허브 이슈 템플릿을 form으로 만드는 방법도 배우고, 디자이너들이 핀터레스트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라던가, 내가 평소에 궁금했지만 쓸데없어보일까봐 괜히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정말 많이 알게 되었다. 반가운 얼굴들과도 오랜만에 인사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근데 할일이 너무 많다.. 지금 나는 한가롭게 회고 쓸 때인가?
'Programming > boostcamp 7'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의 첫 번째 회고 (Final 4/6) (0) | 2022.12.03 |
---|---|
11월의 마지막 회고(Final 3/6) (5) | 2022.11.25 |
11월의 첫 번째 회고 (Final 1/6) (6) | 2022.11.11 |
10월의 세 번째 회고 (7) | 2022.10.28 |
부스트 컨퍼런스 2022 후기 (12) | 2022.10.21 |